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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by 빠샤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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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프로토스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그들에겐 드라마가 있기 때문이다.
테란 같은 씹사기 종족에 대해서는 거론할 가치도 못 느끼겠고, 저그 같은 하등 종족에 대해서는 말해 봐야 입만 아프니, 과연 이 우아한 프로토스라는 종족에게는 다른 종족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 그게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내가 케이리그를 좋아했을 때는 비스폰팀인 대전을 응원하는 입장이었고, 처음 스타를 좋아하게 됐을 때도 대체로 비스폰팀 쪽을 좋아했다. 그러니까 플러스나 소울 같은 팀을, 티원이나 케텝 보다 좋아했다. 예전부터 마이너한 취향이라는 얘기는 들어왔지만, 뭐 딱히 마이너 취향이라기 보다는 비스폰팀에게는 드라마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티원이나 케텝이 우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빵빵한 지원이 뒷받침 되기 때문이다. (라고 써놓고 케텝이 우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는군) 그와 마찬가지 이유로, 비스폰팀이 우승하지 못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게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쩌다가 오영종 같은 스타를 배출하게 되면 사람들은 감동할 수 밖에 없다. "아니 세상에 그런 환경으로 얼마나 열심히 해서 극복해낸 거야." 그 발단은 동정심일 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비스폰팀에겐 스폰팀이 가지고 있지 않은 드라마의 요소가 쉽게 생긴다.
프로토스를 좋아하는 이유도 별로 다르지 않다. 소수 종족이고, 허구헌날 종족의 특성을 무시하면서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건, (어떻게 보면 그런 고통을 즐기는 매저키스트로서의 본능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드라마에 대한 갈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TV 드라마의 광팬이라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까지나 여기서 말하는 드라마는 비교적 극적인 스토리.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이런 드라마는 아이옵스 당시 박정석이 프로토스로서 혼자 다른 종족을 맞상대 해야했던 때나, 오영종이 캐테란의 테마를 가졌던 2005년 말 테란의 황제를 꺾고 가을의 전설을 썼을 때, 혹은 마재윤과 오랜 시간 홀로 싸우는 것 처럼 보였던 강민, (물론 싸우는 것이었는지, 맞고 다녔던 건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그리고 그 마재윤을 꺾어낸 혁명가 김택용 등등이 다른 종족에 비해 훨씬 쉽게 가져간 이점이기도 하다.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결국 프로토스 본좌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슬픈 이야기다. 그래서 프로토스가 잘 하려고 하면 그 행보는 모두가 드라마가 된다. 프로토스는 말그대로 '안습종족'이기 때문이다.
나는 맨 처음부터 한결같이 프로토스 팬의 입장에 서 있으며, 손스타시 주종도 당연하게 프로토스이고,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토스전을 하면 내 선수를 잊고 상대방을 응원하게 될 정도로 프로토스가 좋다. 그래서 때때로 귀막고 눈멀은 프로토스의 노예가 되기도 한다. (->프징징)
한 번 더, 이 것은 프로토스가 드라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무엇일까?
여기, 어제 온게임넷 스타리그 송병구의 지명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한다.
1. 그는 왜 허영무를 지목했는가.
송병구가 지명하고 싶어할 만한 상대는 굳이 허영무가 아니어도 많았다. 실리(?)를 위해 이윤열이나 염보성을 택할 수도 있었고, 명분으로는 김준영을 택할 수도 있는 문제. 그런 매치가 나왔어도 분명히 팬들은 즐거워 했을텐데 프론트에서 반대할 게 뻔한, 팀에서 반대할 게 뻔한, 스스로의 말처럼 감독님에게 혼나야 될 듯한 그 매치를 왜 송병구는 성사시키기 위해 애썼는가? 송병구는 마치 허영무와의 경기가 일종의 보험 + 팬들에게 서비스 인 것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송병구가 가장 보험으로 느끼는 종족전은 당연히 테란전일 테고 팬들도 송병구의 테란전 검증, 혹은 저그전 극복을 보고 싶어했을 것이지 프프전을 보고 싶어하지는 않았단 것이 나의 생각. 그런데 왜 송병구는 하필 허영무를 지목했을까? 어쨌건 시청자들은 처음으로 성사된 팀킬 지명에 환호했고, 흥분했다.
2. "이 선택을 뛰어넘을 수 있는 건 박찬수선수가 박명수선수를 지명하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이어진 전용준의 발언은 한순간 시청자들의 뇌를 확 깨우는 것이었으니. 바로 쌍둥이 형제인 박찬수와 박명수의 매치에 대한 거론. 전용준은 단순히 '이렇게 되면 재밌겠지요'하는 투로 내뱉은 한 마디 뿐이었겠으나 이는 이후 조지명식의 큰 테마가 되며 결국 박찬수가 지명한 박성준이 박명수를 찍게 되면서 형제매치 + 팀킬매치를 성사시키게 된다. 모두가 송병구 vs 허영무, 박찬수 vs 박명수의 매치를 보고 환호할 때, 나는 각각의 매치업보다 빠르게 2조에 동족전이 완성되었음을 확인했다. 이것은, 송병구 음모의 시작이었다.
3. B조-C조, 3명의 동족.
박찬수와 박명수 사이에 박성준이 끼어들게 될 것을 송병구가 애초에 짐작했었음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박찬수가 저그를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 그리고 그 저그가 박명수를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첫째, 박찬수는 박명수를 찍지 않을 것이고, 둘째, 박찬수는 '분명히' 신맵의 영향을 덜 받는, 게다가 자신이 자신있어하는 저그전을 하고 싶어할 것이 뻔하다. 그 선수가 박성준이 됐든, 김준영, 윤종민이 됐든, 그 선수가 박명수를 선택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송병구 본인이 허영무를 이미 지명한 상태에서 다른 선수가 팀킬을 유도해도 팬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충분히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박찬수가 찍은 저그 선수가 박명수를 찍는다고 해서 팬들이 그를 악하게 보지는 않을 거라는 의미. 이렇게 C조는 3명의 저그가 완성되었고, 허영무는 이어서 도재욱을 지명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느 정도 명분이 있어 보이는 지명이지만(도재욱과 송병구 사이에도 스토리가 있으니) 사실은 그런 의미는 담고 있지 않다. 허영무는 송병구가 자신을 뽑을 시에 프로토스조로 만들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는 송병구에 대한 복수나 압박도 아니고, (도재욱을 상대로 송병구가 밀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팬들의 재미를 위한 것도 아니다. (이미 어제 봤단 말이다!) 어쨌건 허영무는 도재욱을 지명했고, B조는 3명의 프로토스를 보유하게 됐다.
4. 남은 저그는 하나뿐.
이렇게 되면 결과는 뻔하다. 지명순에 따라 도재욱은 A조의 지명이 끝난 뒤 바로 자신의 B조를 완성할 수 있게 되었고, 도재욱이 스스로 윤종민을 뽑을 리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화랑도에서 저플전이 걸릴 확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허영무의 지명이 빛을 발한다. 만약 허영무가 테란을 지명했다면, 그 테란이 저그를 지명할 확률도 있었다. 그러나 프로토스는 그럴 일이 없다. 앞서 말했듯, 화랑도라는 맵의 존재가 프로토스의 저그지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허영무가 프로토스조를 만들겠다고 얘기한 이유다. 이미 지난 엠에셀에서 4플토 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모두들 허영무의 지명에 대해 큰 의미는 두지 않았겠으나, 사실 그가 프로토스를 찍은 이유는 4번째 지명선수가 저그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게다가 저그가 윤종민 하나 남은 상태에서 당연히 허영무가 선택할 선수는 도재욱. 비록 어제 조지명식에서 팀킬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분위기라곤 하나, 신인 선수가 자신의 팀을 지명할 리는 100% 없다는 계산까지. 과연 도재욱은 이윤열을 지명하고, B조는 탈곡조라는 별명까지 빠르게 얻으며 이윤열의 3패 탈락을 부추기는데. 이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5.
정리해보자. 송병구는 허영무를 찍으면서 팀킬지명이 별 것 아니라는 인식을 시청자에게 심어주었고, 결국 이는 박찬수-박명수의 대진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최소한 이것은 저그 두명을 다른 조로 보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이영호의 지명은 100% 김준영일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송병구와 허영무가 저그를 만날 확률은 윤종민, 박성준 뿐으로 상당히 하락. 그러나 박성준까지 다른 조로 밀어넣었고, (이는 계산에 있었을지 미지수.) 허영무는 도재욱을, 그러니까 반저그 부대인 프로토스 선수를 끌어오며 자신의 조에 저그가 들어오는 것을 완벽히 방지.
B조 - 송병구, 허영무, 도재욱, 이윤열.
누가 봐도 송병구와 허영무에게 유리한 조 배치. 게다가 여기서 붙은 게이머는 8강에서 붙지 못한다. 같은 팀 선수들이 항상 말하는, "높은 곳에서 붙는다면 몰라도..." 역시 가능한 상태. 중요한 것은 한 조에서 올라가는 선수는 2명이라는 것이다. 1위, 2위는 가려질 지 몰라도 결국 이 조에서 올라가는 것이 송병구, 허영무가 된다면. 그것은 송병구, 혹은 송병구와 짜고 입을 맞춘 허영무, 즉 삼성의 승리가 될 것이다.
오오 송병구 오오...
Again 2005! 징징대라, 프로토스여!
여러 전적에서 프로토스가 아직은 유리하다고 말하고 있는 2008" 이지만 언제는 토스빠들이 불리하다고 징징댔었나. 길진 않았지만 815가 캐테란맵으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사실 이 논란도 정말 토스빠들이 밸런스를 인정한 게 아니라 송병구가 이윤열을 관광보낸 뒤 별 수 없이 인정한(?)꼴이라, 발단부터 결말까지 여러 모로 황당무계, 프징징의 진수를 보여줬던 에피소드라 할 수 있겠다. /발단은 박정석의 패배)
암 그렇고 말고, 불리하다고 징징대면 프징징이 아니지!
중요한 건 이영호의 존재다. 온갖 커뮤니티에서 '이영호를 이길 토스'란 발제가 들끓게 만든 이 이영호!
살짝 딴 얘기를 하자면 이영호를 아우르는 테마는 복수. 자신을 이겼던 모든 게이머에게 처참한 복수를 선사하는 일정을 보여줘왔다. 예를 들자면 마재윤 이제동 김택용 송병구 윤용태 안기효.. 하다못해 데뷔때부터 예선에서 자신을 이겼던 박성훈을 챌린지에서 꺾으며 등장하지 않았던가! (복수하지 못한 김준영을 못 만나 아쉽다는 얘기도 인터뷰에서 했었지. 본인도 복수에 집착하고 있는 듯.) 그런 의미에서 이영호의 별명은 복수테란이 어떨까? 복수는 더블의 뜻도 되니까 어린 이중이가 좋겠다.
...라는 건 뻘얘기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이영호는 현재 말 그대로 무적, 5대본좌의 퀘퀘한 냄새를 잔뜩 풍기고 있는데... 그런 이영호를 상대로 한 프로토스의 모든 경기, 그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벌어졌던 vs 윤용태와의 프로리그 경기는 어떤 그런.. 그런 어떤 예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더라. 뭐지 이 수비형 테란은... 정찰도 안 나가고 존내 처박혀 있다가 스캔 때리고 타이밍러쉬 가는 이 테란은..
마치...
2005년 전상욱을 보는 듯하다..!!!
2005년은 FD테란의 시대였다.
당시 FD는 토스 상대로 엄청난 승률을 보여줬고 마치 무적빌드처럼 통용되었다. 지금의 비수류와 비슷하다면 비슷할 정도의 파급력. (물론 비수류는 운영이고 FD는 빌드니까 비교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양산형을 만들어낸 파급력에 있어서.) 오영종이 드라군 컨트롤으로 FD를 극복해내는 법을 보여주고 소원을 먹긴 했으나 6마린 1벌처 1탱크로 찌르고 빠른 멀티- 라는 이 단순한 빌드는 그야말로 만인의 빌드가 되었으니.
그 시초가 차재욱이니 전상욱이니에 대해 말은 많지만 어쨌건 FD테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전상욱일 정도로 전상욱은 이 빌드를 애용했는데. 특히 네오포르테에서의 FD 이후 장기전- 토스를 지치게 만드는 그의 운영을 과연 엄청난 것이라. 전상욱은 토스 상대로 무시무시한 승률을 쌓아나가고 전상욱은 수면제테란의 이미지를 굳히게 되는데. (그러나 전상욱의 초기시절땐 묻지마파뱃이라든지 토스 상대로 벙커링 테테전에서 잦은 센터배럭등... 수면제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싸이코면 싸이코였지!)
개중에서도 프로리그 vs 박종수와의 경기는 말그대로 희대의 경기.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아올린 이 경기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텐데 요약하자면 테란이 반띵 먹고 더럽게 안 나와서 토스가 1시간 내내 꼬라박고 gg... 라는 것이다..! 그것도 마지막 장면이 아콘 할루시 꼬라박이었다면 토스빠 가슴 어찌 저며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영호와 윤용태의 경기에서 바로 이 경기가 오버랩 되더라.
반띵 먹고 대규모 물량전 가면 토스가 좋지 않느냐. 그건 A급 이하 애들한테나 통하는 말이고. S급 토스전을 지닌 이영호, 과거 전상욱에게 반띵 싸움? 그건 곧 죽음을 뜻한다.
애초에 우주수비를 컨셉으로, 터렛과 마인으로 본진을 둘러싸 견제는 당연히 불가능. 절묘한 시즈탱크 위치로 꼬라박도 불가능. 멀티 먹고 장기전 가려니 타이밍 잡고 러쉬. 캐리어 가자니 타이밍 잡고 러쉬. .... 토스의 난제, 토스의 딜레마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에 대항할 방법은 오직 날빌 뿐. 실제로 전상욱은 초반 전략에 아주 약했다. 정찰을 안 하니까. 이영호 역시 초반 전략에 아주 강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정찰을 안 하니까. 아니면 초중반에 3셔틀 발업질럿 러쉬... 이런 극단적인 생각도 해봤는데 입스타는 그냥 짜지는 게 낫겠습니다...???? 인가.
어쨌건 전적 상으로 봤을 때 2005년 프로토스 전적이 그렇게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저그가 더 암울. 그 와중에 오영종은 우승도 했다. 캐테란에 캐테란맵밖에 없었다는 시절, 당대 최고의 테란들을 꺾고. 그럼에도 캐테란 캐테란 했던 것은 역시 전상욱의 사기성. 말하자면 토스전에 특출난 테란들의 사기성. 극한으로 능력을 끌어올린 테란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토스빠들이 알게 됐기 때문.
토스빠여, 징징대라.
이영호는 우리가 기다리던 바로 그 사람이니까.
그리고 외치는 거다.
에라이 개 씨발 씹테란!!!!!!!!!!!!
전상욱은 후에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토스전을 잘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했는데 이제와 그 말이 너무나 이해가 감. 잘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을 뿐더러, 이렇게 하면 토스는 잘 할 수가 없음.
전상욱과 이영호의 공통점은 자신의 승리보다 상대의 패배를 유도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빌드보다 자신의 빌드가 중요.
등등등 말이 정리되면 칼럼으로 만들고 싶은 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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